저는 자살이라는 단어에 트라우마가 있는
43살 오지랖 넓고 약간의 센스가 있는 흔한 동네 이모입니다.
10년전 1월 4일 가장 친했던 동생이
사는게 힘들다며 저에게 마지막 전화를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가족이 없던 그 동생이 기댈곳은 저 하나밖에 없었는데
힘들다는 말 한마디에 달려가지 못했던
죄책감에 몇년을 아무것도 못하고 폐인처럼 살았네요.
그리고 그 죄책감이 조금 무뎌진 듯한
작년 봄에 친하던 동생 하나가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통계적으로 우울한 사람들은 보통
특별한 날 자살충동을 많이 느낀다고 해요.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날
다른 사람은 전부 행복해 보이는데
나만 혼자 힘든것 같은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겠죠.
10년전 죽은 그 동생의 5장이나 되는 유서에는
12월 마지막날 부터 죽은 당일인 1월 4일까지
매일매일 일기가 쓰여있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이
“남들은 새해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나는 자살계획을 세우고 있다” 였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파 펑펑 울었어요.
그 후로 저는 새해가 되면 어느 커뮤니티던지
누군가 죽고싶다는 글이나 힘들다는 글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터질것 같았고
얼굴조차 알지 못하는 이 사람을 살려내야 한다는
의무적인 생각이 들어 댓글을 남기기 시작했어요.
그러면 뭔가 저의 죄책감이 조금은 줄어드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저는 글을쓰는 작가이기도 하고,
타투이스트이기도 하고,
힙합과 하우스 비트를 만드는 비트메이커이기도 합니다.
(물론 유명하지않아요)
어릴때 공부와 담쌓고 많이 놀았는데
다행인건 손재주와 잔재주는 또 좀 있는 편이라
이것저것 알바도 하고 일도 하면서 43살이라는 나이에
지금도 끊임없이 하고싶은거 다 도전하면서 삽니다.
뭔가 막연하게 난 돈을 많이벌어서 성공할거야!가 아닌
하고싶은거 다 하면서 후회없이 살려고 돈 버는거예요.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르고 인생의 목표도 다르겠지만
저는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저의 인생의 목표도 행복이거든요.
그러다 얼마전 또 하고싶은게 하나 생겨
돈을 벌려고 알바몬을 뒤적이다 후기게시판을 보게됐는데
힘들다고 죽고싶다는 말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 후로 일자리를 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칠수 없어
계속 게시판을 보며 댓글을 달고 글을 쓰고있네요.
그리고 다른분들처럼 나는 당신보다 더 힘드니
나를 보고 견뎌라! 라는 뻔한 위로가 아닌
조금은 다른 긍정적 희망을 주고 싶어서
오늘은 작정하고 긴 글을 쓰게되었어요.
사람마다 환경도 다르고 처해진 상황도 다르겠지만
그리고 감히 제가 그 분들의 마음을 다 헤아릴수는 없지만
한가지 확실하게 말할수 있는건 당신들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당신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당신들이 못나서가 아니라,
당신이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그냥 지금의 시기가 그런것 뿐이에요.
저 중학교때부터 집에서 지원 일절 없어서
알바하며 학교다녔고요. 고졸입니다.
정말 산전 수전 공중전 다 겪었고 안해 본 일 없다보니
누가 면전에 대고 쌍욕을하고 악플을 써도
피식 하고 웃으며 타격감1도 없을 정도로 멘탈도 쎄요.
42살에 타투 배워서 타투이스트 시작했고요.
40살에 비트메이킹 배워서 음악했고요,
37살부터 웹툰 스토리 썼어요.
지금 그냥저냥 먹고 살만은 한데 안정적 수입은 없다보니
뭔가 하고싶은거 사고싶은거 생기면 잠깐 알바해서 더 벌고
그 돈으로 하고싶은거 더 하고 그렇게 살아요.
늦은나이 그 기준 누가 정하는 건가요?
모든 사람들에게는 최소한 한가지의 재능은 다 있으니
물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있을거고요.
이 힘든세상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만으로도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에요. 스스로를 인정해주세요.
당신같은 고급인재를 몰라주는 그 회사 따위에 목숨걸지 마세요.
지금은 단지 목표를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면
못할일이 없어요. 살지않을 이유가 없어요.
우리 모두 살려고 태어난거 아니잖아요.
태어난김에 사는거잖아요.
그렇게 아둥바둥 살지 않아도 살아져요.
당장 먹을거 없고 잠잘곳 없을까봐 걱정되세요?
그럴리 없어요. 내일되면 또 살아져요.
내일의 내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테니까요.
내가 놓지만 않는다면요.
저는 이렇게 살아도 모아놓은 돈 없어도 미래가 걱정되지 않아요.
그때의 내가 또 잘 살아낼 걸 믿거든요.
그리고 혹여나 나이가 더 들어 돈 한푼 없이 박스를 주우며 살아도
그 안에서 또 행복을 찾으며 살거란걸 알아요.
그것또한 내 선택일테니까요.
그리고 그때의 내가 몹시 궁금하고
하루하루 설레고 내일이 너무 기대가 돼요.
예전에 알던 오빠가 하나 있었어요.
집이 엄청 잘 살았는데 어느날 집에 부도가 났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거예요.
빚은 산더미고 아래로 동생 둘에 어머니까지 아프신 상태였는데
장남이었던 그 오빤 도저히 살아갈 용기가 나지 않더래요.
그래서 아버지 장례가 끝난 어느날.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넥타이로 목을 맸대요.
목을 맨 지 한 십 초 정도 지났나?
갑자기 넥타이 끈이 끊어졌대요.
돌아가신 아버지의 낡은 넥타이였는데
물론 넥타이 탓도 있겠지만,
그 오빠가 그 때즈음 우울증으로 인한 폭식으로
살이 10kg이 넘게 찐 상태 였는데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넥타이가 그냥 끊어져 버린거에요.
다른 방법으로 죽으려니 그와중에 아플것 같기도 하고 무섭더래요.
짜증이 났던 그 오빤 그 다음날 부터 살을 빼기 위해
열심히 운동을 했대요.
단지 죽고 싶어서.
그런데 운동을 하다 보니 몸이 점점 좋아지고
엄청 예쁜 여자친구도 생긴거예요..
그 다음부터는 그 여자친구와 함께하는
내일이 너무 궁금해지더니 오늘이 너무 살고싶어졌대요.
그렇게 결국 지금은 크진 않지만 작은 중소기업 사장님이 되었고
그때 그 여자친구와 결혼해서 예쁜 두 딸의 아빠가 되어
제발 오늘도 건강히 살게 해 달라고 절실하게 빌며 살고 있어요.
아주 행복하게 말이죠.
그러니까 당신도 일단 오늘을 살아 보세요.
죽고싶은걸 하루하루 미루다 보면
내일이 궁금한 날이 올거예요!
그렇게 ’그냥‘ 살아보세요.
저는 이렇게 살아가다 나이가 들어
먼저간 그 동생들을 만나게 되는날이 온다면
뿌듯하게 웃으며 자랑할거예요!
”봤지? 네가 힘들어서 포기한 그 삶, 나는 멋지게 살아냈어!“